송도커피 계절 블렌드 : 가을 "시지프처럼"

Roas****
2022-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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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커피 계절 블렌드 '가을'   


"시지프처럼"


1.

가을은 아름다운 계절이다. 나는 한 해가 가을에서 시작되고 가을로 마무리되는 것처럼 느낀다. 가을을 그렇게 좋아한다. 지금쯤이면 들판은 여전히 푸른 가운데 노란 빛을 아슴푸레 띤다. 그때가 바로 시작이다. 그렇게 가을이 시작되면 나는 얼마간 '앓이'를 겪는다. 온통 아름다운 세상 앞에, 내것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 놓고서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 느낌이랄까. 그럴 때 으레 나는 '앓이'를 피하기보다 더 깊이 파고들려 한다. 가을을 잘 앓고 나면 겨울을 건강히 나고 가벼이 봄을 맞이할 수 있다.

가을이면 이따금 '시지프'를 떠올린다. 그리고는 그의 반항과 자유, 열정이 내게도 없을 리 없다고 스스로에게 우겨 본다. 산 아래로 굴러 떨어진 바위를 향해 성큼 걸어가는 시지프를 상상하며, 나도 그렇게 눈 바로 뜨고 성큼성큼 내 삶을 살아가리라 생각한다. 까뮈의 표현을 빌어, '내 바위는 내것'이라는 인식을 분명히 하고서 겨울을 맞는다.


2.

나는 IZ(이즈)를 좋아한다. 그는 하와이를 대표하는 싱어송라이터다. 생전에 그는 하와이 정신, 전통을 음악에 담고 싶어 했고 그것을 알리려 노력했다. 이즈는 하와이가 미국으로부터 독립하기를, 하와이인들이 더 나은 삶을 살게 되기를 바랐다. 뮤지션임과 동시에 하와이 독립운동가인 이즈는 안타깝게도 생이 짧았다. 1997년, 서른 일곱 살 나이로 그가 사망했을 때 하와이인들은 온 마음으로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하와이 전체에 조기가 걸렸다 하니 이즈가 생전에 어떻게 살아왔을지 짐작된다. 노래(영상) 끝에 하와이 전통적인 방식으로 치른 그의 장례 풍경이 담겨 있다. 그것을 보며 나는 그의 삶이 무척 아름다웠다고 생각했다.




3.

시지프의 삶은 내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 외형만 다를 뿐, 우리 모두 그렇지 않은가. 나는 이 가을에 '시지프'들을 위한 커피를 만들고 싶었다. 그 커피에 아름다운 향미들이 담기길 바랐다. 올해에는 파나마, 에티오피아, 볼리비아 커피를 재료로 만든다. 

괴로웠던 사나이, 행복한 시지프를 위하여.  

(밑줄 부분은 윤동주의 시 '십자가'에서 가져온 표현입니다.)



notes : Jasmine, tangerine, bergamot, cane sugar

* 올해는 재료 문제로 원두로는 내지 못할 듯합니다. 매장에서 음료로 드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