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파나마 마마카타 농장에서 온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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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음식이 만들어지기까지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것은 대체로 잘 보이지 않는다. 관심있게 살펴야 볼 수 있다. 나는 그 보이지 않는 것들이 내가 그 음식을 먹음으로써 내게 옮겨진다고 믿는다. 그러기에 나는 음식이 내게 오기까지 재료를 가꾸고 다룬 이가 누구인지에 관심이 있다. 그것은 내게 중요하다. 허세와 술수가 많아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은 자가 차려낸 음식이라면 나는 맛이 적을 것 같다. 오래 가까이 하고 싶은 이들이 건네는 음식은 무엇이든 이미 달고 맛있다.

   음식은 내 안에 들어와 내 몸이 되고 내 정신의 한 부분을 이룬다.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이 생각은 더 견고해졌다. 뜬금없는 이야기지만 그런 생각 가운데 '고기'는 내게 고민거리였다. 인간을 원망할 수밖에 없을 환경에서 "사육"된 고기를 선택권이 없는 아이에게 먹이는 일이 나는 어려웠다. 슬픔과 화를 품고 살다 도살된 그 고깃덩이를 아이의 입으로 넣어주어야 할 때 마음이 적잖이 불편했다. 고기 적게 먹여 좀 느리게 자라더라도 가려 먹게 하고 싶었다. '기후 변화와 육식'에 관한 이야기는 떼어 두고서라도 이미 정서적으로 불편하다. 슬프게도 그 불편함은 현실에서 아직 매일 겪고 있다.

   이런 이야기를 타인에게 해 본적은 없다. 조심스럽기 때문이다. 용기도 없고. 게다가 문제의식을 느끼는 부분은 각자 다르고 자신이 지향하는 쪽으로 다들 노력하며 산다 생각한다. 나도 적당히 절충하며 살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의식주 가운데 '식'은 내게 가장 특별하다. 좋은 것을 먹는 일은 대체로 즐겁다. 맛있고 세련된 음식은 무뎌진 내 감각을 깨워주고 새로운 에너지를 일으켜 주는 계기가 된다. 오래 전 아버지가 만들어 주시던 몇 가지 음식을 나는 아직 추억한다. 아욱을 넣고 뽀얗고 푸릇하게 끓여 낸 재첩국이며 국물용으로 쓰는 커디랗고 꾸덕한 멸치를 넣고 달달 볶은 채소, 고추 양념에 버무려 두었다 석쇠에 느긋이 구운 돼지껍데기(비록 나는 못 먹는 요리지만)...... . 음식들은 하나같이 맛있었고 부족함이 없었다. 나는 음식을 통해 아버지가 우리를 얼마나 아끼시는지 느낄 수 있었다. 아버지의 음식은 내 몸과 마음을 채우고 내 정신을 세우는 데에 좋은 양분이 되었다.








파나마 보케테 지역에 위치한 마마까따 농장으로부터 두 가지의 게이샤 커피를 들여왔다.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티켓팅까지 하고도 못 가게 된 파나마 출장에 대한 아쉬움은 누그러졌다. 마마까따 농장의 워시드 게이샤는 밸런스와 우마미의 정수였고 내추럴 게이샤는 붉은 포도, 라스베리의 아로마가 선명하고 산미는 강렬하면서도 깨끗했다. 에피타이저로 마시는 와인 같았다. 몇 모금 마시지 않아 금세 내 감각은 깨어나고 피는 따뜻하게 데워져 몸에 생기가 돌았다. 이 커피가 알알이 어떤 과정으로 만들어졌을지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그것은 애정과 열의로 설명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마마까따 농장은 매년 '베스트 오브 파나마' 대회에서 꾸준히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2020 올해 대회에서도 트래디셔널 내추럴 부문, 게이샤 워시드/내추럴 부문에서 각각 1위, 16위, 17위를 수상했다. 에티오피아에서 코스타리카를 거쳐 넘어간 게이샤 씨앗을 받아 파나마에 처음으로 심은 농장들 중 하나가 마마까따 농장이다.



농장주 Jose David Garrido 은 연구를 좋아하는 열정적인 농부였다. 16세에 커피산업에 참여하여 당시 커피 선진국이었던 코스타리카로 넘어가 커피 재배와 로스팅, 커핑을 공부했다. 우스갯소리로 그때 호세 다비드는 그를 가르쳤던 스승에게 커핑 스푼으로 이마를 딱딱 맞으며 배웠다 한다. 호세는 생산량이 더 중요했던 당시에 이미 재배와 가공에 혁신을 일으키고자 했다. 잘 익은 체리를 손으로 직접 따는 것, 피킹한 체리 바구니를 햇볕에 두지 않는 것, 한낮에도 교대로 체리를 계속 뒤집어주는 것, 비용을 들여 비닐 하우스에서 베드 드라잉을 시도하고 드라잉하는 온도나 두께를 조절하는 것, 시간을 들여 레스팅을 하는 것 등. 그가 그때 시도한 작업들은 지금의 스페셜티 커피를 향한 진보적 노력이었다. 호세 다비드가 내추럴 프로세스를 연구하고 시도했을 때 그의 아버지는 물론이고 파나마 커피를 소비하는 바이어들까지도 심히 반발했다고 한다. '흉내내지 마, 그런건 에티오피아에서만 하는거야', '해봤자 에티오피아보다 못할거야.'라고.

나는 열정이 있는 호세 다비드가 좋고 그의 커피 또한 좋다. 이 커피가 여기 오기까지 과정은 몇 줄의 설명으로 다 담지 못하는 애정과 노력이다. 게이샤 커피 나무 하나하나마다에는 리본을 매어 다른 품종과 구별하여 관리했다. 수확기에는 한알 한알 커피 체리를 선별해서 땄으며 발효와 건조는 낮과 밤 시간을 분명히 가려 섬세하게 진행했다. 건조는 층을 여러 개로 나누어 제작한 베드를 이용하여 느리게 진행했다. 다층 베드는 층간 온도의 차이가 얼마간 생기는데 처음에는 최상단에 두어 체리나 파치먼트의 박테리아 숫자를 서서히 줄여주고 점차 더 서늘한 층으로 바꾸어 가며 건조를 시켰다. 건조가 마무리된 후에는 서늘한 온도에서 적정 기간 레스팅을 하여 완성했다.

  내가 이 커피를 마시는 것은 곧 그 애정과 열정을 마시는 것이다. 그러기에 나는 이 음료를 한모금 한모금 대할 때 아무 생각없이 벌컥벌컥 들이킬 수 없다. 내 온 감각을 집중하여 로스팅하고 추출하고 맛을 본다. 내가 하는 이 과정 또한 이 커피에 더해져서 이를 마실 이들에게 전해질 것이다. 지금 이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