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생활 밀착형 감시자가 있다.

관심받은 수 447

  1.

  아이가 <그레타 툰베리의 금요일>을 우연히 읽은 후 환경에 관심이 많아졌다. 내게 환경에 관련한, 너무 얇지 않은 책을 구해달라 했다. 요구에 따라 내가 고른 책은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 이때부터 아이는 레이첼 카슨 아주머니의 열렬한 팬이 되었다. 이어 <우리를 둘러싼 바다>에 <잃어버린 숲>까지 레이첼 카슨의 책은 다 읽을 요량이었다. 그 과정에서 내게 작은 문제가 생겼다. 예상한 일이라 마음의 준비는 했다만 생각보다 성가시고 불편했다. 아이는 내게 '실천'을 이야기하기 시작했고, 나의 충직하고 귀여운 '감시자' 역할을 했다. 포기김치를 보기 좋게 썰어야 할 때, 조물조물 손으로 나물을 무쳐야 할 때, 피부가 예민하다 어쩐다는 이유로는 나는 더이상 일화용 비닐장갑을 쓰지 못했다. 물로만 씻어서는 가시지 않는, 손끝에 남은 양념 냄새를 비누로 씻어내며 생각했다. '아, 이걸 참 오래 써왔구나' 


  코로나19 를 겪게된 후, 기후 위기에 따른 재앙들도 곧 맞닥뜨리게 될거란 생각을 예전보다 자주하게 되었다. 기후 변화는 옛말, 이젠 기후 위기, 기후 재앙이라는데, 과학자들은 '점진적' 아닌 '즉각적' 대응없이는 절망이라는데, 나도 즉각적으로 뭘 해야하지 않나는 생각을 해왔다. 그러나 실천은 매우 부족했던 차, 제대로 임자를 만난 거다. 무엇도 감출 수 없는 '생활 밀착형' 감시자라니. 게다가 자식앞에서 어떤 부모가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고 싶을까. 


  얼마 전, 볶아내면 한 접시 겨우 채울 공심채 두 묶음을 자주 이용하는 온라인마켓에서 사고, 커다란 플라스틱 통 두 개를 함께 받으면서, 이젠 정말 그만해야겠다 생각했다. 오랜 기간 내 게으름으로 생겨난 생활 공백을 매일 새벽 땜질하듯 해결해 준 곳이었다. 그간 과대포장 문제에 대해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나 박스를 풀어 내용물을 냉장고에 챙겨 넣으면서 잠깐 불만처럼 떠올렸을 뿐이었다. 그러다 공심채 케이스에 불현듯 이런 결단(?)을 내리게 되다니. (아직 탈퇴는 못했다. 두둑한 적립금 때문에)


  '가치'를 소비하는 시대다. 판단과 행동이 민첩한 기업들은 환경문제에 있어서 '가치'를 전면에 내세우며 그것을 '소비'하길 부추긴다. 나같은 사람들은 그것을 구매하는 방식의 쉬운 방법 있으니 마음도 편하고 좋다.  멋도 있고. 환경 마케팅, 만약 이것을 마치 새로운 '프리미엄 상품'처럼 소비하게 하는 방식, 단순한 마케팅적 방법으로만 접근한다면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또 다른 '소비'-돈이든 탄소 배출이든-를 일으키는 쪽이라면 문제가 있지 않나. 소비자의 눈을 가린 채 결국 더 소비하게 하는, 구매 가능한 '윤리'는 아니어야 하지 않나. 꼭 계층 문제, 인권 문제로까지 이어가지 않아도. 


  나는 어떡하지? 고민해도 뽀족한 수 없다. 내가 가능한 것을 실천하는 수밖에. 아이들 감시 받으며. 


  내가 실천하는 것을 다른 이가 실천하지 않을 수 있다. 반대도 마찬가지고. 누구도 완벽하지 않다. 나도 아이들에게 감시받는 입장이고. 'A는 내버려두더니 겨우 B만 실천하는 거냐', '환경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데 그걸로 뭐가 되겠냐' 식 핀잔은 좋은 태도가 아니라 생각란다. 작은 실천이라 하찮달 수 없으니, 각자 자유로운 의지로 고민하고 결정하고 실천의지 이뤄야 오래 걸거라 믿는다. 서로 강요한다고 될 일도 아니고. 결국 개인의 자유로운 의지들이 모여 공감대를 형성하고 탄탄한 힘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힘이 모이면 기업은 우리를 따라올 것이다. 서로 좋은 공감대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현대의 경제 구조 아래서 기후 문제를 해결할 강력한 시스템이 만들어지긴 어려울테고. 




2.




사진은 송도커피 드립백 봉투입니다. 그림은 그대로인데 재질은 8월 중순부터 바뀌었어요.

송도커피 원두 봉투는 포장 과정에서, 택배 배송 과정에서 쉽게 구김이 생깁니다. 비닐, 플라스틱 재질이 튼튼하고 보기 좋긴 하지만 이제 그만 쓰기로 하고 몇 달 전에 친환경 봉투로 바꾸었기 때문입니다. 그때 원두 봉투만 바꾸고 드립백은 여전히 비닐/플라스틱 재질을 사용했었어요. 많이 남아 있었거든요. 그러다 이제 남아있던 비닐 재질 봉투 다 쓰고 드디어 드립백 포장재도 바꾸었습니다. 친환경 봉투에요. 좀 얇기도 하고 잉크가 하얀 종이에 잘 번지는 단점도 있지만 잘했다 싶습니다. 이제 송도커피는 500g, 1kg을 담는 봉투와 20g 미니 봉투 조금 남은 것만 다 쓰고 나면 모든 원두, 드립백 포장재가 친환경 봉투로 바뀌게 됩니다. (아이는 제게 이젠 테이프를 바꿔보라 합니다.)

재질이 얇아 구김도 잘 생기고 멋도 덜하지만 여러분은 더 좋아하실 것 같아요. 작은 가게라 대량 생산이나 대량 구매가 되지 않아 아이스컵 하나 원두 봉투 하나 바꾸는 일에도 어물정 느리지만, 하나씩 하나씩, 분명히 바꿔볼게요.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물건 오래 쓰기를 열심히 실천해보려고 합니다. 이런건 말로 하면 지켜야 할 책임이 무거워져 부담되지만 그래서 더 '말'을 해 봅니다. 여러분도 좋은 생각 있으시면 나눠주세요. 보고 배울게요! 함께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