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휴가_일기2

관심받은 수 172

 

 밤사이 비가 그쳤습니다. 지난 봄 산수유 꽃으로 가득했던 마을을 다시 보고 싶어서 더듬더듬 찾아갔습니다. 마을 초입에 있던 파란 지붕 집이 기와로 바뀌었구나 싶다가 다들 갸우뚱하길래 나만 기억하는건가 생각했습니다. 이제와 예전 사진 뒤져보니 어, 파란 지붕이 아닙니다. 생각 속에서 파랑으로 미화(?)되어 있었던겁니다.


마을입구 옆으로 난 샛길로 내려가면 개울이 있습니다. 거기서 커피도 마시고 아이들은 물놀이하고 두 시간 정도 시간을 보냈습니다. 

마을을 나가는데 못보던 개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사실은 개가 못보던 사람을 마주친 거지요. 어찌됐건 눈이 마주쳤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었습니다. 눈썹하나 미동 없이 소리도 없이 한참을 그렇게 서있습니다. 안에 뭐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그 개가 순둥이라 그런건지, 뭐라 할 말이 있는건지, 아니면 경계심의 표현인건지 알 길이 없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이 됐을 쯤이었나. 오빠의 개, 언니의 개, 그리고 저의 누렁이를 차례로 잃은 후 개와 소통하는 법을 완전히 잊었습니다. 부끄럽게도 마음의 문이 닫혔습니다. 


낮에 찍어온 사진을 열어보니 그때 오빠의 개와 닮았습니다. 가을에나 구례에 오면 이 마을을 또 보러와 파란 지붕 집도 보고 옛적 오빠 개도 잘 있나 봐야겠다 생각했습니다. 


별다른 사건 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오늘 밤에도 달은 볼 수 없고 산란기의 맹꽁이들이 요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