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켈 블렌드' 커피의 모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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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켈 블렌드.
둔켈은 독일어로 '어둠'을 뜻하는 명사다.
사실 더 정확한 독일식 발음은 둥켈이 더 가까울 것이다.

둔켈블렌드를 만들면서 고민이 조금 있었다.
이름을 둔켈로 하면 그저 쓴맛의 커피로 여겨지지 않을까?
산미는 전혀 없고 구수하고 쓴 한국 전통 누룽지맛 커피를 기대하고 선택하시는 이는 없을까?

이런 고민의 이유는 사실 '어둠'이 주는 일반적인 이미지에서 오는 것이다.
둔켈 블렌드의 '어둠'에서 표현하고자 했던 이미지와 향미는 '어둠 밑줄 긋고 -시련고난슬픔' 이런 이미지가 아닌 '편안하고 안정된 상태'랄까. 그런 편안하고 따뜻한 이미지였다.

그런 이미지가 잘 드라나 있는 시가 있다.
둔켈블렌드의 '어둠'의 이미지는 어떤 것일까 하고 궁금해하시는 이에게 이 시가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둔켈' 블렌드의 모티브가 된 시다.



눈길 (고은)

이제 바라보노라
지난 것이 다 덮여 있는 눈길을.
온 겨울을 떠돌고 와
여기 있는 낯선 지역을 바라보노라.
나의 마음 속에 처음으로
눈 내리는 풍경
세상은 지금 묵념의 가장자리
지나 온 어느 나라에도 없었던
설레이는 평화로서 덮이노라.
바라보노라 온갖 것의
보이지 않는 움직임을.
눈 내리는 하늘은 무엇인가.
내리는 눈 사이로
귀 기울여 들리나니 대지(大地)의 고백(告白).
나는 처음으로 귀를 가졌노라.
나의 마음은 밖에서는 눈길
안에서는 어둠이노라.
온 겨울의 누리 떠돌다가
이제 와 위대한 적막을 지킴으로써
쌓이는 눈 더미 앞에
나의 마음은 어둠이노라.


[출처] 눈길 (고은 19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