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먹고 사는 일

Roaster Susan
2020-06-11

1

아픔이 없다면 끔찍할 것이다. 병이 들어도 우리는 알 수 없다. 


나는 윤동주를 좋아한다. 이따금씩 챙겨 읽어봐야하는 의무라도 있는 것처럼 꺼내보곤 하는 시들이 몇몇 있다. 

그 중 '아우의 인상화'라는 시를 나는 특히 좋아한다.


아우의 인상화  


붉은 이마에 싸늘한 달이 서리어
아우의 얼굴은 슬픈 그림이다.

발걸음을 멈추어
살그머니 앳된 손을 잡으며
“너는 자라서 무엇이 되려니”
“사람이 되지”
아우의 설운 진정코 설운 대답(對答)이다.

슬며ㅡ시 잡았던 손을 놓고
아우의 얼굴을 다시 들여다본다.

싸늘한 달이 붉은 이마에 젖어,
아우의 얼굴은 슬픈 그림이다.  



윤동주,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1948.





2


"음악으로 밥 벌어 먹고 살거면 음악을 해"

성장기에 자주 들은 말이다 . 꼭 듣기 싫지는 않았지만 그 의미를 이해하기에 나는 어렸다. 하지만 그때 나는 왠지 이 말에 공감할 수밖에 없을것이라 막연히 느꼈다. 대학에서는 밴드 활동을 한 적이 있는데 그때 선배, 복학생 형들도 비슷한 말을 했다. 드럼치던 A에게 입버릇처럼 그렇게 말했다. '음악(드럼)으로 평생 밥 벌어 먹고 살 자신있냐?' A는 동아리방에 틀어박혀서 타이어만 두드려댔다. 그럴때면 수업은 늘 자체휴강이었다. 어째저째 졸업을 한 A는 음악때문에 순탄지 않은 상황과 그로 인한 갈등, 고뇌의 시기를 여러 번 보냈다. 지금은 음악으로 먹고 산다.

먹고 산다는 표현이 필요없는 길을 걷던 때가 있었다. 오래 전이다. 그때 나는 먹고 사는 고민없이 내 일에 온 애정과 에너지를 쏟았다. 내가 쓸모가 있다고 느꼈고 그것은 매우 기쁜 일이었다.

지금 나는 커피로 먹고 산다. 이 일에 대해 대단한 환상은 없다. 커피로 자아실현의 욕구라도 달성해얄 것도 아니다. 그보다는 일차원적인 욕망이 있다. 그것은 '먹고 사는 일'에 관한 것이다. 뭘 해서 먹고 사는냐는 내게 중요하다. 커피에 대해, 삶에 대해 '환상'은 없다해도 '낭만'은 있다. 지독한 일일지 모르나 낭만을 갖고 살아야 살아진다. 그것은 곧 내가 바라는 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