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E 부룬디 1위 가투쿠자 커피 한 잔, 그 지루한 긴장이 끝나간다.

Roaster Susan
2020-08-22



요즘 


CoE 부룬디 1위 가투쿠자 내추럴 커피를 손님들께 종종 추천한다. 새 부룬디 커피가 들어오려면 내년 초가 될텐데 남은 생두는 조금 뿐, 아쉬움이 생겨서 그런 것일까. 권하고 싶어진다. 나 역시 요즘 바리스타가 내려주는 부룬디 아이스 커피를 즐긴다. 탄탄하게 짜여진 산미가 미각을 빈틈없이 자극하고 가투쿠자 특유의 무화과 같은 단맛이 산미를 잘 지탱해준다.

컵 오브 엑설런스(CoE)에 우승하기 위해서는 상당히 많은 컵(샘플)들이 테이블 위에 올라오고 숙련된 심사관들의 심사를 무탈하게 통과해야 한다. 최종 우승랏이 결정되기까지 보통 6개의 심사 라운드를 거치게 되는데 각 라운드마다 한 가지 커피에 대해 한 컵씩만 심사하는 것이 아니다. 보통 한 가지 커피가 한 라운드 전체 테이블에 32~36컵 정도 컵이 올라가게 되니 총 200개 내외의 컵이 심사를 받는 셈이다. 여기서 200개는 #1, #2......로 표기되는 단 하나의 커피 로트에 대해서 만이다. 아무튼 이 200개 가량의 컵을 커핑하는 동안 단 한 개의 컵에서라도 결정적인 디펙트가 발견된다면 그 커피 로트는 실격이다. 한 컵에만도 65개 내외의 커피알이 들어가니 이렇게 200개의 컵에서 단 한 알의 디펙트도 나와서는 안 된다. 여기엔 물론 운도 작용한다. 하지만 운으로만 가능하진 않다.

심사장에서 디펙트가 발견되면 프로세스에 따라 침착하게 대처하려 하지만 그래도 마음이 순간 출렁인다. 심사장도 잠시 술렁인다. 그래도 어쩔 도리가 없다. 여기 올라오기까지의 노력들이 일시에 무너지는 것 같아 탄식만 나올 뿐.

센서리 교육을 진행할 때 종종 받는 질문이 있다. CoE 같은 중요한 대회에서 디펙트를 모르고 지나갈 수도 있냐는. 나는 모르고 지나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 답한다. 실격이 되는 디펙트는 단 한 알만 들어가 있어도 컵 전체에 부정정 향미가 퍼지고 대체로 강렬하게 감지된다. 또 디펙트가 만들어 내는 부정적 향미는 다른 영역의 스코어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실격하지 않고 그대로 스코어링을 진행한다해도 파이널 스코어에서 결국 실격점이 나온다.



CoE 부룬디 대회

컵 오브 엑설런스 부룬디 대회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디펙트는 '포테이토 디펙트'이다. 이름 그대로 생감자와 유사한 향미로 감지된다. 한국인들은 홍삼 뉘앙스로 느끼기도 한다. 르완다나 부룬디 커피에서 빈번하게 발견되는 포테이토 디펙트는 관련 연구에 의하면 특정 박테리아에 의해 발생한다. 이 박테리아는 커피 체리에 파고 들어 그 씨앗(생두)에까지 침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므로 커피 체리 수확에서부터 가공을 거치는 전 과정에서 디펙트빈이 정상 빈에 혼입되는 일을 막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그리 될 리 없다. 사람의 손이 하는 일이니 완전히 차단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결국 농부들의 손을 거치면서 걸러지지 못하고 혼입된 그 한알 한알이 최종 컵에서 디펙트 발견 확률을 높이게 된다.

2019 CoE 대회에서 1위에 오른 가투쿠자. 그 커피가 1위를 수상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그것은 각 라운드에서 심사관들이 가투쿠자에 대해서만 32~36개의 컵을 면밀히 커핑을 하는 동안, 그렇게 총 6개(경우에 따라서 7개)의 심사 라운드를 거치는 동안, 단 한 알의 디펙트빈이 발견되지 았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놀라운 일이다. 수많은 부룬디 커피들이 심사 라운드에는 올라오지도 못하고 떨어진다. 철저한 심사를 뚫고 TOP 10까지 올라왔음에도 파이널 라운드에서 단 한 알의 디펙트 때문에 실격되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그러므로 꼭 1위를 한 가투쿠자 뿐만 아니라 부룬디 CoE를 수상한 모든 커피들이 나는 모두 놀랍다.  




한국 판매 개시

<부룬디 1위 가투쿠자>는 그런 과정을 거쳐 한국에 들어왔다. 그리고 다시 그 긴장이 시작되었다. 생두가 들어오면서 로스팅실은 핸드픽이 더 바빠졌다. 디펙트빈 발견 빈도가 낮았던 것이지 디펙트가 없는 것은 아니라 이해하면 쉽다. 우리에게 들어온 이 생두에 포테이토 디펙트가 있을 수 있다.

우리는 이 커피를 마실 손님들께 맛있는 부룬디 커피 한 잔을 내고 싶어 최선의 노력을 해야했다. 부룬디 최고의 커피를 만들어 내는 것이 거의 사명감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이것은 노력이라기보다 사실 긴장에 훨씬 더 가까웠다. 나는 로스터기 뒤편에서 쭈그리고 앉아 생두를 한 알 한 알 뒤지면서 포테이토 디펙트가 혼입되지 못하도록 가려냈다. 로스팅을 마친 후에도 이 작업은 이어진다. 생두에서는 발견하지 못했지만 팝핑이 일어난 후 원두 상태에서 발견이 되기도 한다. 혹시나 있을지 모를 그 한 알을 모르고 놓칠까 온 신경을 다 한다. 그렇게 골라낸 디펙트는 가끔 모아 두었다가 센서리 교육 때 사용하는데 정말 한 두 알만 넣어도 누구나 확연히 구분이 가능한 위력을 뿜어내니 매번 놀란다. 이게 걸러지지 않고 손님들의 커피에 나갔다면?

부룬디 커피 한 잔을 완성하기 위한 지루한 긴장. 그 마지막은 바리스타 몫이다. 송도커피 바리스타는 이미 분량별로 디펙트를 섞은 커피를 커핑하며 여러 차례 훈련했다. 아니 부룬디 커피를 로스팅한 후 QC 커핑을 할 때, 손님의 커피를 매번 만들 때마다 훈련같은 실전이 계속된다. 그러면서 바리스타는 포테이토 귀신이 되었다. 추출을 위해 계량한 커피에 포테이토 디펙트가 혼입되어 있다면 그라인더에서 갈려 내려오는 동안 바리스타가 이미 감지한다. 손님께 낼 커피에 문제가 발견되면 바리스타는 손님께 시간이 더 걸리게 된 것에 대해 양해를 구하고 다시 만든다. 이것은 대단한 일이 아니다. 어디서나 하는 일이다. 다만 CoE 부룬디 1위에 오른 이 커피가 그 많은 난관을 뚫고 여기까지 왔으므로 우리 손에서 완성을 잘 해내고자 사명감이 생기게 되었달까. (그렇다고 다른 커피에 사명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꽤 오랜 기간 한국에서 부룬디 커피는 소비자의 사랑을 크게 받지는 못했다. 포테이토 디펙트가 걸러지지 않은채 소비돼오면서 스페셜티 커피 시장에서의 부룬디 커피 성적서는 좋지 않았다. 포테이토 뉘앙스, 그리고 그것이 걸러지지 않은 채 유통되면서 다른 좋은 향미들까지 제대로 표현되지 못했던 데서 기인한 것 같다. 심지어 홍삼 뉘앙스로 감지되는 포테이토 디펙트와 이로 인한 단맛 손상을 마치 부룬디의 특별한 컵노트인 듯 안내되는 경우도 있었다. 반대로 깨끗한 부룬디 커피임에도 불구하고 편견때문에_실제로 센서리는 편견에 따른 오류가 종종 나타난다_무조건 포테이토 디펙트라 여겨지는 경우도 있다. 특히 자주 접하지 못한 잭프룻이나 진한 무화과 노트 등에서 감지되는 향미 중 일부 뉘앙스를 결점으로 오해하는 경우도 가끔 있다.

컵 오브 엑설런스 부룬디 2019, 1위 가투쿠자 버본 내추럴.

자, 마지막 한 잔까지 이 지루한 긴장을 담아 만들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