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여행 짧은 기록 : Puno_Sillustan Tomb (푸노_시유스타니 묘지)

송도****
2023-11-18
관심받은 수 1107

올해 컵 오브 엑설런스 (CoE) 시상식은 푸노에서 있었다. 내 비행편 예약에 약간의 문제가 발생하여 나는 푸노에서 하루 시간을 더 갖게 되었다. 어디를 가볼까 생각하다 묘지로 향했다. 나는 여행지에서 음식 문화 만큼이나 장례 문화에도 관심이 있다. 죽은 자를 대하는 태도를 보는 것은 산자의 삶의 태도나 사고 방식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Sillustan Tomb는 우마요 호수를 낀 산 기슭에 자리하고 있다. 우마요 호수는 티티카카 호수보다 크기가 작다. 그곳 사람들은 우마요를 레이크라 부르지 않고 라군이라 했다. 우마요 라군은 '우마(모자)가 라군(호수)을 가졌다' 라는 뜻이라고 한다. 듣고 보니 정말 호수를 가진 모자가 보인다.

호수는 무척 잔잔했다. 모자처럼 생긴 그 섬에는 허가 받지 않은 사람은 접근할 수 없게 되어 있다. 유적지 아래 모여 사는 사람들 중 한 가족씩 돌아가며 섬에 들어가 살 수 있다고 한다. 섬 사진을 보면 왼편에 초록색으로 나무가 보이는데 바로 그 지점에 단 하나의 가옥이 있다. 


페루에서 유명한(?) 네 종류 짐승을 꼽으라면 알파카, 라마, 야미코, 미쿠냐라고 한다. 발음이 맞는지 잘 모르겠다. 그중 알파카와 라마는 워낙 다정한 가축이고, 그에 비해 사람을 위협할 수 있는 사나운 동물이 야미코와 미쿠냐라고 하는데, 이 모자 섬에 이들이 살고 있다고. 




시유스타니 유적지에는 잉카 시대 묘지 뿐만 아니라 그 이전 묘지도 일부 남아 있다. 무덤의 구조는 비슷한데 재료가 다르다. 잉카 시대에는 정확하게 재단된 돌을 쌓아 무덤을 지었다. 진흙은 전혀 사용하지 않고 오직 돌로만 지어진 것이 특징이다. 이와 달리 잉카 이전에는 무덤을 만들 때 진흙(점토)을 사용했다. 


 

    



하나의 무덤에는 보통 스무 구 이상의 시신이 매장될 수 있다. 하나의 무덤이 다 채워지면 덮고 다른 무덤을 짓는다. 시신은 마치 모체 안에서 태아의 자세처럼 웅크린 모양으로 매장된다. 특정 엘리트 계층의 일가 친족이 이런 무덤 형태에 매장될 수 있었던 것 같다. 무덤 아래쪽에는 문이 있는데 동쪽으로 열려 있다. 태양이 매일 여기서 새로 태어난다고 믿었다고 한다. 



이곳은 해발 4000미터 고도에 위치하고 있다. 이 지역 사람이 아니면 고산병 약을 먹지 않고는 힘들 수 있다 했다. 고산병 약 대신 코카잎으로 우려낸 차를 마시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나는 생각보다 괜찮았다. 


산기슭을 내려오면 작은 마을이 나온다. 여기서 직접 만든 인형이나 간단한 음식을 만들어 여행객들에게 판다. 마을은 소규모 커뮤니티를 이루고 있고 인구 연령 분포는 비교적 다양했다. 이곳에서 나는 어린이도 서넛 보았다. 이곳 어린이들은 수줍음이 많았고 동시에 호기심도 많아 보였다. 마침 어느 상점 마당에서 놀던 아이가 무척 귀여워서 나는 이리 와서 함께 인사 나누자고 손짓을 했다. 아이는 조금 망설이다 내게 다가왔다. 나는 아이의 호기심 어린 눈빛이 무척 좋아서 함께 찍은 사진을 오래 간직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무덤에 가면 내가 어느 지점에 있는 것인지 감이 조금 잡히며.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