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2월 마르쉐 커피장에 어떤 커피를 낼까

Roas****
2023-12-19
관심받은 수 329

올해 마지막 마르쉐는 커피가 주제였어요. 저희는 무슨 커피를 들고 나갈까 고민하다 옵스트 블렌드와 크리스마스 블렌드를 선택했습니다. 옵스트는 송도커피를 대표한다해도 좋을 커피라 고민 없이 시음 커피로 선택. 크리스마스 블렌드는 요즘 애정을 많이 갖고 있는 커피라 선택. 오늘은 저희를 알고 찾아오신 분들도 많았는데요. 주로 옵스트, 미레이디, 심지어 작년 크리스마스 블렌드를 인연으로 찾아오신 분들도 꽤 있었습니다. 


그러고보니 저도 작년 크리스마스 블렌드가 생각납니다. 예멘과 에티오피아를 사용했었죠. 아쉬움 없이 흡족하다 말해도 좋을 만큼 그때 그 커피를 좋아했었어요. 캐릭터가 분명해 아직도 기억에 선명히 남아 있죠. 올해 연말이 가까워오자 저는 잠시 눈을 감고 지난 날을 몸으로 마음으로 기억해보았습니다. 정지용 시인의 시, 장수산이 떠올랐고, 한동안 눈길과 마음을 사로잡던, 조선 백자_ 달빛 아래 하얗고 조금은 투박한 항아리가 생각 났습니다. 올해는 니카라과 커피가 주재료입니다. 니카라과 커피를 생각하면 저는 대개 그런 질박한 아름다움을 떠올립니다. 니카라과 70% 에티오피아 30%. 오렌지 같은 밝고 경쾌한 산미와 풍부한 단향, 그것으로 원하는 것의 절반 이상은 얻은 듯 무척 기뻤어요. 


하지만 시음 커피로 이걸 선택했을 때 내심 걱정도 조금 했더랬어요. 화려하지 않기 때문이죠. 적은 양 시음 커피로 우릴 알려야 하는데, 이걸로 가능할까, 고민했던 거죠. 그러나 커피장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저는 이걸 하길 잘했어. 생각했습니다. 그건 반응이 폭발적이어서가 아니라 이 커피를 정말 마음에 들어하신 분들을 많이 만났기 때문이에요. 겉으로 눈길 끄는 화려함은 아니지만 섬세하고 은은하게 드러나는 시트러스한 아로마와 산미를, 브라운 슈거나 꿀 같은 단향과 깨끗한 단맛을, 그리고 이들의 하모니를, 제가 꼭 설명드리지 않아도 먼저 말씀해주시는 분들 덕분에 무척 기뻤답니다. 


그렇게, 우리가 우리의 색을 가질 때 스스로 흡족하고 아름다울 수 있음을 다시 한 번 느끼고 깨닫습니다. 이렇게 일하며 산다는 건 참 좋구나 생각하며 집으로.




2023. 12.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