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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커피 시즈널 특집 : 열두 개의 커피 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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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커피 두루두루 드시는 편인가요?
오래 전 저는 심각한 커피 편식쟁이였습니다. 에티오피아나 게이샤 같은 커피만 즐겨 마셨죠. 고소한 뉘앙스의 기역자만 나와도 잔을 끝까지 비우지 못했습니다. 아주 지독한 편식이지요. 그런데 커피 일을 하면서 좀 달라지더군요. 편식이 아예 없어진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전보다는 두루두루 커피를 즐깁니다.
견과류, 구운 설탕, 초콜릿, 바닐라와 같은 향들은 커피에서 자주 만나게 되는 향미들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런 종류의 음식을 좋아하지 않았어요. 당연히 자주 먹지 않았죠. 너티한 느낌이나 로스티드 향, 드라이한 질감, 너트 특유의 쓴맛이 제 기호에 맞지 않았던 겁니다. 또 캐러멜, 바닐라는 물론이고 초콜릿류들은 저에겐 너무 달아서 조금만 먹어도 쉽게 감각이 피곤해졌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에티오피아 커피만 다룰 수는 없었죠. 고소하고 달달한 향이 중심이 되는 커피들도 맛있게 만들 줄 알아야 했습니다. 마음에 없어 제가 즐기지 않으면서 그것을 맛있게 만들 수는 없다고 생각습니다. 그래서 저는 위에서 열거한 비선호 식품들을 열심히 찾아 먹었습니다. 원칙은 좋은 견과류, 좋은 설탕, 좋은 초콜릿을 찾아먹자였습니다. 다행히 제 이런 식품 기호에 체질적 원인은 크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맛있는 것으로 잘 찾아 먹으니 견과류도 초콜릿도 제법 매력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좋은 견과류나 좋은 초콜릿, 좋은 바닐라, 좋은 설탕의 뉘앙스가 있는 커피도 자연스레 즐기게 됐습니다. 물론 식품으로도 아주 잘 먹고 좋아합니다. 직업의식(?)이 이럴 땐 도움이 되는군요.
이번 시즈널 특집 <열두 개의 커피 산지>를 준비하면서 열두 종류의 커피에 대하여 각각 두 세 번씩 맛을 보는 작업을 했습니다. 샘플 로스팅이 필요한 경우 샘플 로스팅 후에 한 번, 실제 출고용 로스팅 직후 품질 체크를 위해 한 번, 출고 전 향미 정리를 위해 한 번, 이렇게입니다. 열두 가지의 커피를 한꺼번에 만들고 맛보는 일은 예상대로 몸에겐 고약하고 정신에겐 꽤 즐거운 일이었습니다. 커피가 자라온 산지, 거대 기후와 미시 기후, 이와 관련한 떼루아, 품종, 가공, 키워낸 농부의 열정이 만들어낸 차이들이 커피마다 그대로 녹아 있었습니다. 이들은 서로 달랐지만 역시, 어느 것이 맞고 어느 것이 틀리다 말할 수는 없겠구나 생각했지요.
커피마다 로스팅은 조금씩 다르게 진행했습니다. 로스팅 단계는 대부분 라이트에서 미디움 라이트 사이에 분포합니다. 인도와 브라질은 미디움에서 미디움 다크에 가깝게 로스트했습니다. 로스트를 달리 한 이유는 당연히 커피가 다르게 때문입니다. 각 커피마다 가진 장점들을 잘 살리고자 했습니다. (각 커피에 대한 커핑 노트를 간단히 추려 별도 카드로 동봉했습니다.)
끝으로 열두 개의 커피 산지를 엮으면서 아쉬웠던 마음도 표현해봅니다. 산지별로 추수철이 다 같지는 않기에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모을 것인가에 대해 선택이 필요했어요. 제가 가능한 시기에 열두 개가 나오는 산지를 택할 수밖에 없었지요. 이 구성에 들어가지 않은 산지들은 저의 선호가 반영된 것은 아닙니다. 부룬디나 르완다도 빠졌고 에콰도르, 멕시코, 페루, 인도네시아 등의 산지도 아쉽습니다. 그러나 아쉬움은 늘 새로운 일들의 씨앗이 된다 믿습니다. 오늘, 아니 어제, 송도커피 시즈널 특집 <열두 개의 커피 산지> 꾸러미를 모두 발송했습니다. 다음을 또 기약하며 기쁜 마음으로 마무리 합니다.
저희가 벌이는 소소한 일들에 변함없는 관심과 응원의 마음을 보내주시는 분들께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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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커피 시즈널 특집 : 열두 개의 커피 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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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커피 두루두루 드시는 편인가요?
오래 전 저는 심각한 커피 편식쟁이였습니다. 에티오피아나 게이샤 같은 커피만 즐겨 마셨죠. 고소한 뉘앙스의 기역자만 나와도 잔을 끝까지 비우지 못했습니다. 아주 지독한 편식이지요. 그런데 커피 일을 하면서 좀 달라지더군요. 편식이 아예 없어진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전보다는 두루두루 커피를 즐깁니다.
견과류, 구운 설탕, 초콜릿, 바닐라와 같은 향들은 커피에서 자주 만나게 되는 향미들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런 종류의 음식을 좋아하지 않았어요. 당연히 자주 먹지 않았죠. 너티한 느낌이나 로스티드 향, 드라이한 질감, 너트 특유의 쓴맛이 제 기호에 맞지 않았던 겁니다. 또 캐러멜, 바닐라는 물론이고 초콜릿류들은 저에겐 너무 달아서 조금만 먹어도 쉽게 감각이 피곤해졌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에티오피아 커피만 다룰 수는 없었죠. 고소하고 달달한 향이 중심이 되는 커피들도 맛있게 만들 줄 알아야 했습니다. 마음에 없어 제가 즐기지 않으면서 그것을 맛있게 만들 수는 없다고 생각습니다. 그래서 저는 위에서 열거한 비선호 식품들을 열심히 찾아 먹었습니다. 원칙은 좋은 견과류, 좋은 설탕, 좋은 초콜릿을 찾아먹자였습니다. 다행히 제 이런 식품 기호에 체질적 원인은 크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맛있는 것으로 잘 찾아 먹으니 견과류도 초콜릿도 제법 매력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좋은 견과류나 좋은 초콜릿, 좋은 바닐라, 좋은 설탕의 뉘앙스가 있는 커피도 자연스레 즐기게 됐습니다. 물론 식품으로도 아주 잘 먹고 좋아합니다. 직업의식(?)이 이럴 땐 도움이 되는군요.
이번 시즈널 특집 <열두 개의 커피 산지>를 준비하면서 열두 종류의 커피에 대하여 각각 두 세 번씩 맛을 보는 작업을 했습니다. 샘플 로스팅이 필요한 경우 샘플 로스팅 후에 한 번, 실제 출고용 로스팅 직후 품질 체크를 위해 한 번, 출고 전 향미 정리를 위해 한 번, 이렇게입니다. 열두 가지의 커피를 한꺼번에 만들고 맛보는 일은 예상대로 몸에겐 고약하고 정신에겐 꽤 즐거운 일이었습니다. 커피가 자라온 산지, 거대 기후와 미시 기후, 이와 관련한 떼루아, 품종, 가공, 키워낸 농부의 열정이 만들어낸 차이들이 커피마다 그대로 녹아 있었습니다. 이들은 서로 달랐지만 역시, 어느 것이 맞고 어느 것이 틀리다 말할 수는 없겠구나 생각했지요.
커피마다 로스팅은 조금씩 다르게 진행했습니다. 로스팅 단계는 대부분 라이트에서 미디움 라이트 사이에 분포합니다. 인도와 브라질은 미디움에서 미디움 다크에 가깝게 로스트했습니다. 로스트를 달리 한 이유는 당연히 커피가 다르게 때문입니다. 각 커피마다 가진 장점들을 잘 살리고자 했습니다. (각 커피에 대한 커핑 노트를 간단히 추려 별도 카드로 동봉했습니다.)
끝으로 열두 개의 커피 산지를 엮으면서 아쉬웠던 마음도 표현해봅니다. 산지별로 추수철이 다 같지는 않기에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모을 것인가에 대해 선택이 필요했어요. 제가 가능한 시기에 열두 개가 나오는 산지를 택할 수밖에 없었지요. 이 구성에 들어가지 않은 산지들은 저의 선호가 반영된 것은 아닙니다. 부룬디나 르완다도 빠졌고 에콰도르, 멕시코, 페루, 인도네시아 등의 산지도 아쉽습니다. 그러나 아쉬움은 늘 새로운 일들의 씨앗이 된다 믿습니다. 오늘, 아니 어제, 송도커피 시즈널 특집 <열두 개의 커피 산지> 꾸러미를 모두 발송했습니다. 다음을 또 기약하며 기쁜 마음으로 마무리 합니다.
저희가 벌이는 소소한 일들에 변함없는 관심과 응원의 마음을 보내주시는 분들께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